나는 한국에 있으면 배탈이 잘 난다.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고 먹는 음식 때문일 수도 있다.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 많은 한국과 달리 덴마크는 음식이 재미가 없다. 그런데 나는 덴마크에 살면서 한 번도 배탈이 난 적이 없다. 그리고 음식에 불만을 가졌던 적도 없다. (외식은 불만..가격과 맛 둘 다ㅠㅠ) 덴마크에 있으면서 한국 음식을 해먹기는 어려우니 주로 현지 식단처럼 먹거나 간단히 요리해서 먹게 되는데 양념이 강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혹은 재료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조금씩 다양한 요리를 하게 되며 깨달은 것은 내가 요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먼저 재료를 사려면 장을 보러 가게 된다. 마트에 가서 구경하다보면 어떤 식재료가 있고 가격대가 얼마인지, 그 재료들로 무슨 요리를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사실 그 과정 자체도 굉장히 즐겁다. 어떤 날은 세일하는 상품을 득템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새로운 제품이 들어온다. 주기적으로 변하는 마트 상품들을 통해 트렌드도 알 수 있고 수요와 공급이 어떤 모습으로 일상에 드러나는지도 알 수 있다. (가격의 변화, 상품 구성의 변화 등)
덴마크는 유기농 식품 소비가 세계에서 1순위를 차지한적이 있다. (전체 소비의 13%) 그만큼 유기농 제품을 찾기 쉽고 관심도 뜨겁다. 당연히 동일한 일반 제품보다는 가격이 비싸다. IRMA라는 유기농 마트도 있는데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나도 덴마크에 살면서 자연스레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자연스레 식품의 원산지, 재배 과정, 보관 상태, 유통 과정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되면서 그 안에 자리한 복잡한 역학관계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소비자로서 나에게는 어떤 권리와 책임이 있는지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었다.
집에 와서는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시작한다. 그런데 주방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요리하면서 쓰레기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버려지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높아지면서 이 부분 역시 정말 개선이 필요하다. 덴마크에는 pant라는 제도가 있는데 음료를 구매할 때 플라스틱 통 값도 지불하고 나중에 반납시 돌려주는 개념이다. 돌려줄 때는 기부를 할 수도 있고 영수증으로 받을 수도 있다. 이 영수증으로는 물건을 다시 구매할 수도 있고 돈으로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애초에 쓰레기를 덜 발생시키는 방법과 발생한 쓰레기를 환경에 덜 유해한 쪽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아직은 뾰족한 수가 없지만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어버렸다.
요리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나의 입맛에 맞출 수 있다는 점이다. 짜네 싱겁네 할 필요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창의적으로 요리법을 바꾸면서 내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지루해지면 다른 재료를 써보고 새로운 양념을 만들어보면서 점점 요리 실력이 늘었고 음식에 대한 경험이 늘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과정중에 정보를 찾아보니 향과 맛에 대한 지식도 늘어갔다. 더 정교한 맛을 구별할 수도 있게 되었다.
혼자 있으면 끼니를 대충 먹기 쉽다. 그렇지만 혼자일수록 차려 먹고 예쁘고 맛있게 먹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성격상 예쁘게 차려먹는 것은 어렵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으려고 항상 노력한다. 한국에서의 나는 뭐가 급하다고, 시간을 그토록 아껴서 뭐한다고 밥까지도 이동중에, 대충 먹었던 걸까. 한국에 있다보면 본질을 잊고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게 된다. 항상 무엇이 중요한지,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세계여행 및 정보(유럽) > 덴마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덴마크(3) 타인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0) | 2021.03.23 |
|---|---|
| 덴마크(1) 첫 시작 (1) | 2021.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