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및 정보(유럽)/덴마크

덴마크(1) 첫 시작

lillehammer 2021. 3. 22. 12:13

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기차 안 (s-tog)

 

 

덴마크에 도착한 첫 날 내가 간 곳은 동네 근처 공원이었다. 

 

정말 내가 그리고 꿈꾸던 장소였다. 높은 건물 없이 확 펼쳐진 수평선. 거기에 노을과 호수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덴마크에서의 내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했었다. 

 

이 호수는 내가 덴마크를 떠날 때까지 수 백번도 더 찾았던 곳이다. 덴마크 사람은 커녕 사람이 거의 없었던 이 공간은 내가 덴마크에 사는 동안 언제든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쉼터가 되어 주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얼떨떨하게 끝난 첫 장보기

 

모든 게 마냥 신기했던 첫 날

 

 

장을 보고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쇼핑몰 3층 식당가에 갔었다. 종업원들은 아랍계 사람들이었고 나에게 뭐라고 농담을 던졌는데 내가 못들어서 다시 물으니 자기들끼리 깔깔 웃었다. 사실 덴마크에 있으면서 이런 상황이 종종 발생했는데 초반에는 '이게 인종차별인가?'하는 마음에 의해 몇 번이고 긴장하게 되고 기분이 나빠야하는지 아닌지도 몰라 헷갈렸었다. 굳이 아랍계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들을 묶어서 비판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백인 덴마크인도 아랍계 덴마크인도 그 누구도 인종차별을 할 수 있고 농담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누구인지에 따라 해석에 차이가 생긴다. 그리고 그 차이의 내부에는 진실, 나의 자격지심, 사회적 편견, 소통의 부재, 양측의 왜곡된 욕구 표현 등 다양한 요소가 뒤엉켜 있다. 초반의 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았었고 그 당시의 나에겐 이 사람들이 아랍계라는 사실이 중요했기 때문에 언급한다. 그리고 나의 사고와 시각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차차 얘기를 하고 싶다. 

 

당시 나는 이 종업원들에게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 몰라서 당황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앞으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 상황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여러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했었다. 한 편으로는 '나한테 뭐라고 한거지? 나쁜 농담이었으려나? 자기들끼리 날 비웃은건가? 그럼 난 어떻게 반응해야하지?' 라고 생각해보고 또 한 편으로는 '한국에서도 낯선 외국인이 보이면 나쁜 의도 없이 자기들끼리 장난치고 농담하는 사람들 있잖아. 혹은 나에게 친근함의 표시로 농담을 했었던 걸 수 있으니까' 라고 생각해봤다. 당시에는 어느 쪽이든 확신이 없었고 그냥 넘겼었다. 문화차이에 대한 이해도, 인종에 대한 고민도 해본 적 없었던 나에게 이 문제는 한동안 꽤 어렵고 힘든 문제로 남아있었다.  

 

덴마크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교통비가 굉장히 비싸다. 대중교통을 한 번 타면 약 4천원을 내야한다. 현지에 살면 주로 정기권을 끊어 다니는데 정기권마저 저렴하지는 않다. 게다가 zone을 나누어놔서 어느 존을 거쳐 가는지 등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기도 한다. 은근 복잡해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기차에 가까운, 좀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s-tog

다음 날 버디와 먹었던 점심. 날씨가 좋으니 레스토랑에서도 모두들 테라스에 나와서 식사를 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처음으로 먹어본 elderflower 음료. 한국에서는 잘 찾아보기 어렵지만 외국에서는 꽤 잘 보인다. 달달하고 꽃향기가 나는 음료이다. 함께 먹은 샐러드와 빵, 치킨도 아주 맛있었다. 이 곳은 이전에 cph 대학의 서점이었던 곳을 개조하여 만든 'paludan 북 카페' 로 바로 옆에 cph 대학이 있다. 

 

버디는 내가 '덴마크에서' 처음 만난 덴마크 사람이었다. 이전에도 덴마크 친구들이 있었지만 버디는 아시아에 가본 적도, 아시아인을 만나본 적도 없었다. 휴양목적이 아니고서는 다른 나라에 살아본 적도 없는 로컬 덴마크 사람이었다. 당시 나는 경험치가 없으니 전형적인 덴마크인에 대한 이미지만 가지고 그녀의 말과 행동을 이해했었다. 어디까지가 예의있게 지켜야 할 부분인지, 무슨 말을 하면 좋은지, 식사 계산은 어떻게 하는지, 그녀가 무엇을 좋아할지 등. 그녀는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주고 여러가지를 알려주지만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없어보였다. 버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뿐이었다. 초반에 로컬 덴마크 사람들을 만날 때는 이 부분이 난제였다. 덴마크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그들과 친구가 되는 데 꽤 큰 걸림돌이 된다. 나는 한국을 이미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보다는 정말 생 로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초반에는 그런 로컬 친구들을 사귀는 게 쉽지 않았다. 위에서 말한 이유를 포함하여 기회의 부족이나 언어 장벽 등 여러 방해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큰 관심이 없다. 그러니 몇몇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들을 찾지도 않고 다가가지도 않는다. 또 한국 사회에 이미 자신의 안정된 삶이 있고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다. 그들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부족한데 새로운 외국인 친구에게 쏟을 시간과 에너지가 없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물론 한국은 어느정도 외국인들을 환영하고 그들에게 잘해주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덴마크는 그런 문화가 별로 없어서 더 부각되어 느껴질 수는 있다.